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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 2015

kimhyeran-statements나는 도피를 이용한 나만의 가상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세계는 바람한 점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세계이며 어떠한 소음도 들리지 않는 삭막한 세계이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광활한 자연물들은 이 세계가 마치 진짜 세계 같아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나 자연물을 제외한 다른 인공물들이 주는 기이함으로 인해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님을 짐작케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현실세계와 어렴풋이 닮아있다.

 

작품에서 현실세계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나 자신의 습관적 도피성향으로 인해 나타나는 장소 해석에 대한 능력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을 지난 아이슬란드 여행 때 알게 되었는데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보면서 나는 내가 실제로 보고 있는 장소를 내 식대로 해석해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소재를 하나하나 지워가며 마지막엔 겨우 흔적을 알아차릴 정도의 단순한 형태의 존재들만이 남아있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의 궁핍함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자 강박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내 사적인 세계는 지극히 안정적이어야 한다. 존재의 유무를 떠나 끝없이 찾아내고자 하는 이러한 욕구는 반복적 자위행위와도 같다. 이 세계의 풍경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두 가지 측면 모두를 포함한다. 이 둘 사이의 갈림길, 즉 경계에 놓여 있는 풍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 경계에 대한 얘기를 내 작품에 드러내고 싶다. 나는 현실세계를 비판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 작품제작은 나의 트라우마를 들추고 이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쉼 없이 복잡한 내안의 여러 자아들을 위해 나는 조율한다. 마치 피아노를 계속 조율하는 것처럼 말이다.